이 글은 AppleForum.com 에 올라온 글타래에 올린 댓글입니다.
평소에 아이들의 컴퓨터 교육을 어떻게 시작할 것인가 대한 생각들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다른 좋은 의견들이 많이 있으니 애플포럼의 글타래도 방문해 보세요 :)
http://www.appleforum.com/showthread.php?t=49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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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아이는 만 5살 반입니다. 딸이구요.
저희 부부 역시 컴퓨터를 하루 종일 달고 살아야 해서 집에 가서도 매일 노트북을 들고 삽니다.
그러니 아이가 당연히 컴퓨터에 관심을 가지더군요.
저희가 세뇌를 시킨 까닭에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건 무조건 공부하는 거라고 알고 있습니다.
(대부분 사실이긴 하지만, 포털에서 만화 같은 거 볼때도 그렇게 생각하니 미안하긴 하더군요 ㅎㅎ)
하여간, 제가 비록 전공이 유아교육은 아니지만, 전공이 HCI 이고, 자녀의 컴퓨터 교육에 관심이 많은 아빠인 관계로 좀 몇가지 informal 한 실험도 해봤습니다. 그런 후, 제가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컴퓨터는 학습에 전혀 도움이 안된다.
비디오는 학습에 도움이 됩니다. Sesame Street 비디오가 어린 아이들의 early education 에 도움이 된다는 건 여러 연구자료들이 입증을 하고 있습니다. 제 경험을 보아도 저희 아이가 처음에 언어를 익히고, 알파벳을 깨우치고 글을 읽고 쓰는데 비디오가 큰 도움이 된다고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 여담인데 한국에서 한글을 깨우치기 위한 비디오를 찾아봤으나 마땅한 걸 찾을 수 없었습니다. 죄다 영어교재더군요. 혹시 아시는 분은 추천해 주세요.
하지만, 컴퓨터는 학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이유는 반복성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비디오의 경우 아이들이 같은 내용을 수십번씩 보게 됩니다만, 컴퓨터는 “인터랙티브”한 매체의 특성상 반복성이 떨어지더군요. 아이들이 같은 인터랙션을 몇번씩 하려는 시도도 잘 안하게 됩니다. 만약 인터랙티브 미디어의 information path 가 단편적 (linear한) 이지 않으면 쉽게 실증을 냅니다. JumpStart 시리즈 등등이 그렇더군요. 전체 구조가 어떠한 hierachy 를 가지고 나름대로 복잡하게 되어 있어서 처음 컴퓨터를 접하는 아이들이 금새 실증을 내더군요. Dr. Seuss’s ABC 나 Curious George 같은 경우 좀 전체 구조가 linear 한 편이라 흥미의 측면에서는 JumpStart 시리즈보다 낫긴 한데, 역시 학습효과는 없었습니다.
2. 컴퓨터 스킬은 가르칠 필요가 없다.
컴퓨터를 가르칠때 저는 첨에는 마우스/키보드의 사용법, 아이콘의 선택, 프로그램의 실행 등을 알려주려고 했습니다만, 이런 건 그냥 저절로 배우는 것 같습니다. 첨에는 맘대로 잘 안되서 짜증을 내는데 지켜보니까 금새 적응을 합니다. 가장 어렵다는 기술(!)인, 드래그앤드랍도 부모가 하는 걸 보면서 금새 흉내를 내더군요. 따라서 적정한 나이가 되면 컴퓨터의 사용과 관련한 기술들은 저절로 익히게 될 터이니 어릴때 부터 남들보다 먼저 컴퓨터를 익히게 하려고 조바심 낼 필요는 없다는 생각입니다. 심지어는 제가 쓰는 타블렛 피씨도 아무 사전 학습없이 써보게 했는데, 첨에 시행착오를 거치더니 금새 필요한 것들을 하더군요.
그러면 적정한 나이가 언제인지가 문제일텐데요, 제 생각에는 만 5세 이후라고 봅니다. 이때는 컴퓨터로 뭘 할수 있는지 이해할 나이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부모가 컴퓨터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 대화를 통해서 “세뇌” 시킬수 있습니다
3. 노트북은 절대*절대*절대 금물.
이유는 한가지입니다. 아이들이 컴퓨터를 쓰는 시간을 통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컴퓨터는 한군데서 적당한 시간만큼만 사용하는 것이 버릇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들고다니는 컴퓨터는 아이들이 자기 시간을 관리할 수 있게된 이후에나 사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4. 아이들 교육 타이틀의 선택은 단계에 맞게.
앞서 말했듯이 컴퓨터 교재는 학습에는 도움이 안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아이들에게 단계에 맞는 타이틀을 선택해 줄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컴퓨터를 첨 시작한 아이들에게는 기본적인 motor skill을 개발하는데 도움이 되는 타이틀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제가 본 가장 적합한 소프트웨어는 kid pix 입니다. 일단 마우스의 사용법을 확실하게 터득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다양한 시각/음향효과들이 동기부여를 “제대로” 해주더군요.
그 다음은 reading 과 관련한 소프트웨어들이 도움이 될겁니다. 컴퓨터가 “게임”의 대상이 아닌 “학습”의 대상으로 인식하게 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interactive reading 소프트웨어들은 제법 많이 나와 있습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캐릭터를 중심으로 - 예를 들면 dora the explorer 나 curious george - 타이틀을 선택하시는 게 좋은 듯 합니다.
이 단계가 넘어가면 패턴 매칭이나 퀴즈와 같은 소프트웨어가 좋습니다. 아이들도 컴퓨터로 뭔가 즐길수 있어야지요… 그런데 흔히 많이 찾게 되는 플래시로 만든 보드 게임류는 아니라고 봅니다. 제 생각에는 패턴매칭이나 퀴즈류의 게임이 집중력을 계발하는 측면에서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 지능쪽은 아닌 것 같습니다 ㅎㅎ
제가 아무 생각없이 시켜봤다가 가장 난감했던 것들이 바로 디즈니 웹사이트 등에 올라와 있는 게임류인데요.. 이거 정말 아무 생각없이 시간만 죽이기에 딱 좋습니다… 이런 곳 방문은 자제 하심이 좋습니다. 중독성도 엄청납니다. 반면 패턴매칭이나 퀴즈류의 소프트웨어들은 아이들이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을 관리하는데도 도움이 됩니다. 오래 안하거든요.
이런 류의 게임으로 적합한 대표적인 것들이 Carmen SanDiego 시리즈나 I Spy 시리즈 입니다.
제가 이 다음으로 생각하는 단계는 프로그래밍입니다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키울 생각은 없지만, 그래도 컴퓨터가 없으면 아무일도 못하는 시대에 살고 있으니 컴퓨터 로직을 조금은 가르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서 가장 기초적이면서도 아이들이 흥미를 느낄만한 랭귀지를 찾아보다가 Logo를 선택했습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컴퓨터로 뭔가 만들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가끔 시간날때 마다 Logo 로 재미난 도형을 만드는 것을 보여주곤 합니다. 흥미를 보이긴 하는데, 아직 저희 아이는 이 단계까지는 아니라서 3-4년 좀더 지켜 보려고 합니다. 저희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서 이 랭귀지를 가르치는데 아마 Grade 4 (초등학교 4학년) 정도부터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5. 웹사이트 보다는 이메일.
웹사이트에는 정말 재밌는 것들이 많죠.. 근데, 솔직히 이 엄청난 웹의 세계로 저희 아이를 인도하는 것이 겁이 납니다. 그래서 옳고 그른 것을 정확히 분별할수 있을때 까지 유보해 두려고 합니다. 대신 만 6살이 되면 이메일의 세계를 알려주려고 합니다. 아직 계획만 가지고 있어서 어떤 결과를 볼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한 2년전에 아이의 이메일 어카운트를 만들어 두었습니다. 그러면서 아주 가끔씩 그 이메일 어카운트에 메일을 쓰고 있습니다. 6살이 되어 이메일을 받았을때 그동안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가 보내두었던 이메일을 읽으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컴퓨터가 communication 의 도구가 된다는 것을 깨우치게 되겠죠.
6. 제한된 시간, 오픈된 공간.
아이들 방에 비디오 보라고 작은 TV를 놓아주는 부모들도 있던데, 저는 그것처럼 위험한 발상이 없다고 봅니다. 컴퓨터도 마찬가지 입니다. 컴퓨터는 비디오 보다 중독성이 강해서 그냥 하라고 남겨두고 방에서 나오면 절대로 안나오더군요. 그래서 정확하게 시간을 지정해 주고 그 시간에만 사용하도록 허락해야 하고 아이들이 컴퓨터를 사용할때는 부모가 꼭 옆에서 지켜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처음부터 이렇게 습관을 들이면 아이들도 별다른 거부감 없이 따라옵니다.
저희는 집에서 비디오를 볼때 꼭 아이가 하나를 봤으면 그 다음은 아빠나 엄마 차례라는 식으로 가르쳤더니 이제는 하나 보고 나서 아빠 엄마가 비디오를 안보면 볼때까지 기다리더군요. 컴퓨터의 사용도 자제력을 키우려면 처음부터 정확하게 사용할수 있는 시간을 정해 주어야 합니다.
아직 인터넷의 세계로 인도하지 않았다면 큰 문제는 없겠지만, 가급적이면 컴퓨터 사용은 오픈된 공간에서 이루어지게 하는 게 좋습니다. 저희 집의 경우 데스크탑 컴퓨터가 공부방에 있고 저희 부부는 둘다 노트북을 쓰는데 아이가 컴퓨터를 쓰기 시작하면 가급적이면 노트북을 들고 같이 방에 들어갑니다. 컴퓨터를 오픈된 공간에서 쓰는 것이 별 거부감이 없도록 학습을 시키기 위함인데요, 저희 애가 컴퓨터로 어느 정도를 할 수 있는지 지켜볼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이상으로 대충 제가 평소에 가져왔던 생각들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모든 학습의 과정이 다 마찬가지겠지만, 어린 자녀에게 컴퓨터를 가르칠때도 가장 중요한 것은 스스로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를 깨닫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왜 컴퓨터를 해야 하는지, 컴퓨터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대화는 그래서 참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