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마당 7월호에 실은 컬럼입니다)
iPhone 출시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아니, 독자들이 ‘맥마당’에서 이 글을 읽을 때쯤이면 iPhone은 이미 출시되어 소비자의 날카로운 평가를 받고 있을 것이다. iPhone 출시를 앞두고, 애플은 자사 홈페이지를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iPhone 광고 몇 종류가 공중파 방송을 타기 시작했고, YouTube 동영상을 iPhone에서 볼 수 있게 되었다는 소식도 전해졌으며, 얼마 전 열린 WWDC 2007에서는 소문으로 떠돌았던 iPhone의 소프트웨어 개발 전략에 관한 언급도 있었다. 대중의 관심을 폭발적으로 집중시키는 애플의 능력은 아무래도 모든 업계를 통틀어 최고라 하지 않을 수 없다.
iPhone이 현실로 다가왔으니, 이제 궁금한 것은 과연 iPhone이 시장에서 성공을 할 것인가의 여부다. Markitecture라는 회사가 최근 1,300여 명을 대상으로 벌인 조사에 따르면 현재 휴대 전화 사용자 중 6% 정도가 적극적으로 iPhone을 구입할 의사를 표명했다고 한다. 이 회사에 의하면 6%라는 점유율이 시장 전체로 봤을 때 엄청나게 높은 수치는 아니지만, 모토로라의 RAZR가 최고 점유율을 달성했을 때의 시장 점유율과 같은 것이라고 한다. 당시 모토로라가 이러한 성공을 바탕으로 전 세계 휴대 전화 시장에서 2위를 차지했다는 점을 떠올린다면 결코 무시할 만한 수준이 아님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사전 조사결과가 반드시 실제 구매와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아직까지 소비자들은 애플이 만들어 낸 ‘환상’에 많이 의지해 판단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iPhone이 실제로 출시되면 소비자들의 다양한 판단에 따라 iPhone의 점유율은 높아질 수도, 혹은 반대로 낮아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치열하게 경쟁을 해야 하는 다른 휴대 전화와 비교해 iPhone은 어떤 점에서 더 유리한 것일까? 애플이 멀티 터치 디스플레이라는 새로운 인터페이스를 통해 소비자들의 시선을 끌어내는 데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긴 했지만, 이것은 iPhone의 여러 가지 기술적인 측면 중 일부일 뿐이고, 일반 소비자들을 끌어들일 만한 또 다른 무엇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성공을 기대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휴대 전화는 컴퓨터나 MP3 플레이어와는 다르게 회사나 기종에 대한 소비자의 충성도가 낮아 애플이 iPod처럼 독점적인 위치를 확보하기란 결코 쉽지가 않다. 당장 모토로라만 보더라도 파죽지세와 같았던 RAZR 열풍이 지나간 지금, 후속 모델의 부진으로 말미암아 그동안 거머쥐었던 시장을 경쟁업체들에 거의 다 내준 실정이 아니던가.
스마트폰 시장으로
하지만, 애플이 노리는 시장은 모토로라의 RAZR가 인기를 끌었던 일반 휴대전화 시장이 아니다. 애플이 경쟁해야 하는 상대는 바로 Black Berry나 Treo 같은 스마트폰들이다. 스마트폰이란 이메일과 개인일정관리 프로그램 등을 내장한 전화기로, 휴대 전화에 개인용 컴퓨터 혹은 PDA 기능을 더한 형태라고 정의할 수 있다. 대부분의 스마트폰은 개인용 컴퓨터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사용자가 직접 설치해서 쓸 수 있다.
현재 시장에서 가장 점유율이 높은 스마트폰 운영체제는 Linux와 Symbian이지만, 실제로 미국 시장에서 단일 모델 가운데 가장 성공한 제품은 RIM의 Black Berry와 Palm OS와 Windows Mobile을 사용하는 3COM의 Treo이다. Black Berry는 초기부터 기업 시장을 타깃으로 한 덕분에 기업 내 이메일 시스템 등과 완벽하게 연동되는 소프트웨어를 내장하고 있었다. 결국, 그것은 외부 업무를 자주 보아야 하는 비지니스맨들에게 큰 인기를 얻을 수 있는 원동력으로 작용했고, 현재 Black Berry는 비니지스 시장에서 큰 강세를 보이고 있다.
반대로 Treo는 비지니스맨보다는 컴퓨터광(狂)들에게 좀 더 인기가 있다. Treo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연결해서 개인일정을 내려받고, 문서나 음악 파일을 저장해서 보고 듣기도 하며, 인터넷에서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내려받아 직접 설치하여 사용하는 일들을 즐긴다. Black Berry를 쓰는 사람들보다는 훨씬 다양하게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셈이다. 이들 중에는 컴퓨터 프로그래머와 같은 전문가들도 있어 자신이 필요로 하는 소프트웨어를 직접 제작해서 사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Handango와 같은 스마트폰 소프트웨어 판매 사이트에서 자신이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구입하곤 한다. 기종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일반 휴대 전화보다 스마트폰 제품에 대한 충성도는 조금 더 높은 편이다.
킬러 응용 프로그램의 부재?
개인용 컴퓨터 시장에서는, 특정 운영체제가 다른 운영체제에 비해 경쟁우위를 가지려면 그 운영체제만의 독특한 킬러 응용 프로그램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상식으로 통하고 있다. Windows의 경우에는 Microsoft Office가 바로 킬러 응용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고, Mac OS X에서는 현재 Final Cut Pro 같은 영상편집 소프트웨어나 iLife나 iWork 같은 소프트웨어들이 이에 해당한다. 이러한 킬러 응용 프로그램은 시스템을 선택하는 데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이것은 비단 컴퓨터 운영체제에서 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게임기 분야에서 XBOX, Wii, PlayStation 3를 각각 차별화시키는 것도 다름 아닌 각자의 시스템에서만 유일하게 돌아가는 킬러 응용 프로그램이다.
지난 WWDC 2007에서 스티브 잡스는 많은 개발자의 희망과는 다르게 iPhone에는 소프트웨어 개발 키트(SDK)가 없고, 그 대신 현재 웹 2.0 프레임워크에서 많이 사용하는 HTML+AJAX의 형태로 응용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이런 발표 이후, 외국의 성급한 몇몇 블로그들은 SDK가 없다면 킬러 응용 프로그램이 존재할 수도 없고, 경쟁력 있는 훌륭한 응용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없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과연 그럴까? 이 질문의 대답은 경쟁 제품을 통해 찾아보도록 하자.
앞서 언급했듯이 Black Berry는 확실하게 남다른 킬러 응용 프로그램이 있다. Black Berry가 제공하는 이메일 솔루션은 여타 다른 제품들이 아직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우수하다. 하지만, Palm OS와 Windows Mobile, Symbian 같은 운영체제들을 사용하는 스마트폰은 특별히 별다른 킬러 응용 프로그램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들 운영체제에는 모두 잘 만들어진 SDK가 존재하고 약간의 등록과정을 거치면 개인 개발자도 이들 SDK를 통해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다. 그럼에도, 왜 멋진 킬러 응용 프로그램이 없는 것일까? 아마도 그 이유는 진입장벽에 비해 시장이 너무 협소하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SDK를 배우는 과정은 새로운 언어를 하나 배우는 과정과 다름없다. 더군다나 스마트폰 프로그래밍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구조를 모두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렇게 어려운 과정을 겪어서 응용 프로그램을 하나 만들더라도 그것이 팔리는 시장이 지극히 협소하다면 개발자로서는 그 시장에 뛰어들지 않는 것이 더욱 바람직할 것이다.
이와 같은 상황을 놓고 본다면, iPhone에 SDK를 제공하지 않는 대신 Dashboard 위젯 형태의 작은 응용 프로그램을 돌릴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이 애플이 내릴 수 있는 가장 현명한 판단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애플이 iPhone용 SDK를 제공했더라면 개발자들은 Mac OS X 응용 프로그램을 개발할 때처럼 Objective-C라는 언어를 배워야 하고, Cocoa 프레임워크를 공부해야 하며 거기에 더해 iPhone SDK까지 연구해야 한다. 때문에 Mac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해보지 않은 개발자라면 상당수가 SDK 설명서의 첫 페이지를 읽어보기도 전에 지레 겁을 먹고 포기하고 말 것이다.
반면, HTML+AJAX라는 형태로 개발을 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은 개발자의 진입장벽을, 아니 문턱까지 통째로 없애는 격이다. HTML+AJAX는 배우기에 그다지 어려운 언어도 아닐뿐더러 현재 웹 사이트 개발에 아주 많이 쓰이고 있기 때문이다. Mac을 전혀 접해보지 않은 개발자도 충분히 iPhone 응용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대로 HTML+AJAX의 한계를 지적하는 시각도 있다. 당연히 JavaScript와 HTML로는 깊이 있는 프로그래밍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현재 스마트폰 플랫폼에서 많이 판매되고 있는 응용 프로그램들을 보면, 그런 한계가 그다지 중요해 보이지도 않는다. 현재 필자는 모토로라 Q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 스마트폰에 설치하고자 구입한 프로그램으로는 날씨정보, 노트기록, RSS 리더 등 몇 가지가 있다. 대부분은 사용자들에게 인기가 있는 응용 프로그램들이다. 그런데 이런 소프트웨어를 만들기 위해서 HTML+AJAX로는 부족할까? 절대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미 Dashboard 위젯 목록에는 필자의 스마트폰에 설치된 응용 프로그램보다 훨씬 멋지고 뛰어난 훌륭한 프로그램들이 수도 없이 많이 있다.
성공의 비결은 결국 아이디어
이러한 의견을 뒷받침이라도 하듯, WWDC에서 스티브 잡스가 iPhone 개발환경에 대해 언급한 바로 그날, 첫 번째 iPhone 응용 프로그램이 등장했다. OneTrip이라는 쇼핑리스트 작성 응용 프로그램인데, 간단하면서도 아이디어가 뛰어난 응용 프로그램으로, 혹시 필자가 iPhone을 갖게 된다면 꼭 제일 먼저 설치하고 싶은 응용 프로그램이다. 몇 주일이 지난 지금에는 아예 iPhone Application List라는 사이트까지 만들어져 매일 같이 수많은 iPhone 응용 프로그램이 등록되고 있다.
이것이 증명하듯 SDK의 부재 탓에 킬러 응용 프로그램을 만들 수 없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 필자는 오히려 이런 전략이 더 많은 개발자를 끌어들여 수많은 iPhone 응용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훨씬 더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결국, iPhone의 성공에 크게 도움이 될 마지막 히든카드는 한두 개의 킬러 응용 프로그램보다는 이렇게 참여하는 수많은 개발자가 쏟아낼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