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티콘, 25살이 되다.

(맥마당 10월호에 실은 컬럼입니다.)

인류가 문자를 기록과 소통의 수단으로 사용한 역사는 무척이나 오래되었지만, 지금처럼 문자에 많이 의존한 적은 없었다. 컴퓨터의 발달 과정에서 발명된 이메일은 과거 며칠 혹은 몇 달이 걸려서야 배달되었던 편지가 ‘발송’ 버튼을 누름과 동시에 바로 상대방에게 번개와 같은 속도로 전달된다. 개인과 개인 사이의 소통 창구였던 이메일은 이내 게시판이라는 형태로 발달해 다수가 함께 소통을 할 수 있는 도구로 변모했으며, 최근에는 기다림에 익숙하지 않은 세대들의 취향에 걸맞게 찰나의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인스턴트 메신저와 같은 형태로까지 진화해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매일 접하는 컴퓨터, 휴대 전화 등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게 되었다.

정보의 기록과 보존이란 측면에서 문자가 가진 수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문자가 여전히 가지고 있는 취약성은 바로 ‘감정의 전달’에 있다. 문자를 사용한 소통은 그것의 형태가 가지는 정적인 한계 때문에 기쁨이나 슬픔 같은 인간의 다양한 감정을 담아내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이다. 이를 극복하려는 노력으로 몇몇 시인이나 타이포그래피 디자이너들은 정적인 텍스트를 이미지와 같이 변형시켜 감정을 불어넣는 시도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글로써 감정을 올바르게 전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고, 특히 서로가 서로를 모르는 다수가 소통하는 인터넷 게시판과 같은 경우 어려움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이제는 우리의 삶의 아주 익숙한 한 부분이 되어 버린 ‘디지털 글쓰기[*1]’에서도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아주 자연스러워졌다. 캐릭터 몇 개를 조합하여 웃는 모습, 우는 모습 등을 재치있게 표현해 글쓴이의 감정의 상태를 보여주는 방법이다. 우리가 이모티콘[*2]이라고 부르는 이 새로운 발명품은 굳이 다른 문장과 결합되지 않아도 그 자체만으로 의사소통이 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웃는 모습의 이모티콘(^_^)은 재밌다거나 반갑다는 말 대신 사용되어도 서로간의 소통에 큰 무리가 없다. 이제는 이모티콘 없이 글을 쓰는 것이 왠지 어색하게 느껴질 정도로, 이모티콘은 우리의 글쓰기에 중요한 일부가 되어 버렸다.

이모티콘의 탄생

그렇다면, 이러한 이모티콘은 과연 누가 언제부터 사용되기 시작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이 될 수 있는 재미있는 기념행사가 지난달 19일 미국의 카네기멜론 대학에서 있었다. 바로 이모티콘의 25주년 생일을 축하하는 자리였다. 25년 전인 1982년 9월 19일, 카네기멜론 대학 컴퓨터 사이언스의 스캇 펄만(Scott E. Fahlman) 교수는 최초로 글쓰기에 이모티콘 사용을 제안했다. 그가 제안한 이모티콘은 여전히 즐겨 사용되고 있는데, 바로 쌍점(Colon)과 줄표(Dash), 괄호 이 3개의 문자를 조합해 웃는 모습 :-)이나 슬픈 모습 :-( 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의 웹 사이트에는 당시 그가 이모티콘을 제안하게 된 배경이 되는 글이 올라와 있다.

Scott E. Fahlman 교수
지금으로부터 25년 전인 1982년 9월 19일, 글쓰기에 이모티콘 사용을 최초로 제안했던
카네기멜론 대학 컴퓨터 사이언스 학과 스캇 펄만(Scott E. Fahlman) 교수.

80년대 초반, 카네기멜론 대학 컴퓨터 사이언스 학과에서는 지금의 온라인 게시판의 원형이라고 볼 수 있는 시스템이 개발되고 있었다. ‘bboards’라고 불렀던 이 시스템은 당시 카네기멜론 대학 교수, 스태프, 학생들이 여러 가지 주제에 대한 토론을 온라인 상으로 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주제는 대부분 진지한 내용이었지만 농담이 올라오기도 하고, 댓글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리고 가끔은‘5층 화장실에서 반지를 찾았는데, 누구 것인가요?’와 같은 내용들도 있었다고 스캇 팔만은 그의 웹 사이트에서 회고를 한다. 여담인데, Lost & Found를 주제로 한 글들은 요즘도 일주일이 멀다 하고 이메일을 통해서, bboard를 통해서 접하게 된다. 컴퓨터는 지난 수 십년간 엄청난 속도로 발전을 했지만, 인간의 건망증은 여전한가 보다 :-)

문제는 농담의 글이 올라왔을 때, 누군가가 비꼬는 투의 댓글을 달았거나 글의 내용이 농담인지 알아채지 못한 사람들이 있을 때 발생했다. 대부분 그런 경우, 원글, 혹은 댓글에 대한 비판의 글들이 줄지어 달리게 되는데, 결국 원글의 주제와는 관계없이 삼천포로 빠져 댓글 전쟁이 벌어지게 되곤 했다. 이러한 점은 오늘날은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서도 종종 볼 수 있는 일이다. 이런 일이 반복되자, 누군가가 ‘Joke markers’라는 것을 제안했다. 즉, 글의 내용이 농담이면 농담이라는 것을 상징할 수 있는 마커를 제목에 달자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단순하게 *, %, $와 같은 특수 문자를 Joke marker로 사용하자는 주장이 제기되었었는데, 논의가 거듭되면서 아이디어가 발전하기 시작했다. 어떤 사람은 키보드에서 가장 웃긴 캐릭터가 &라면서 &를 Joke marker로 사용하자고 주장했고, 또 다른 사람은 {#}가 웃을 때 입이 벌어지고 이가 보이는 형상이라며 {#}를 사용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던 중, 스캇 팔만은 다음과 같은 글을 올리며 사람 얼굴의 형상을 한 Joke marker를 제안한다.

19-Sep-82 11:44 Scott E Fahlman :-)

From: Scott E Fahlman <Fahlman at Cmu-20c>

I propose that the following character sequence for joke markers:

:-)

Read it sideways. Actually, it is probably more economical to mark

things that are NOT jokes, given current trends. For this, use

:-(

이 아이디어는 금세 많은 사람의 지지를 받았다. 바로 그 다음 날부터 카네기멜론 대학 게시판에는 :-):-( 을 Joke marker로 사용한 글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 새로운 발명품은 금새 대학 내 많은 사람들에게 퍼졌다. 물론 학교 밖으로 전파된 것도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아서이다. 카네기멜론 대학을 떠나 다른 곳으로 간 사람들도 이 심볼을 사용하기 시작했고, 외부로 이메일을 보낼 때 사용하면서 전파되기도 했다. 기록에 의하면, 같은 해 11월경, 당시 제록스 PARC 연구소에서 카네기멜론 대학으로 옮겨온 제임스 모리스(James Morris) 교수가 제록스 PARC의 동료들에게 이모티콘에 대한 이메일을 보낸다. 이렇게 한 대학 내 게시판의 작은 아이디어로 시작된 이모티콘은 전 세계로 퍼지기 시작한다 (관련 내용은 http://www.cs.cmu.edu/~sef/Orig-Smiley.htm 을 참고).

진화하는 이모티콘

세월이 흐르고 컴퓨터가 더는 몇몇 과학자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일반 대중의 필수품이 되고, 인터넷을 통한 소통의 공간이 점차 넓어지면서, 이모티콘도 진화하게 되었다. 재미있는 사실은, 최근 이모티콘에서는 동서양의 차이를 찾아볼 수 있다는 점이다. 다들 알다시피, 한국과 일본, 중국과 같은 나라는 ^_^, -_-, 0_0 같은 이모티콘을 많이 사용한다. 반면, 서양에서는 :-), :-(, :-0 같은 이모티콘을 사용한다. 이런 점은 어쩌면 문화의 차이에서 기인한 것이 아닌가 한다. 서구 사회에서는 감정의 표현에 입을 많이 사용하는 데 비해 동양에서는 입보다는 눈의 표정을 중요시한다. 이모티콘이 감정을 전달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점에 비추어 볼 때, 문화적인 차이에 따른 이모티콘의 차이는 무척 공감이 간다.

최근에는 이모티콘이 더욱 진화해 그림이나 애니메이션의 형태로까지 만들어지고 있다. 앞으로 또 25년이 지났을 때, 현재의 이모티콘이 어떠한 모습으로 진화해 있을지 예측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미래의 의사소통 공간에서는 현재의 이모티콘과 같은 것은 어쩌면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미래의 소통 공간이 어떤 형태가 되든지 간에 – 그것이 현재와 같이 컴퓨터를 사용한 형태던지 또 다른 미래의 기술에 기반을 둔 것이던지 – 인간은 새로운 기술에 익숙해지고 적응하기보다는 그것을 다시 변형시켜 그 시대에 가장 걸맞은 또 다른 형태의 의사소통 도구로 만들고자 노력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새로운 이모티콘을 만나게 될지도 모르겠다.

(*1) 디지털 글쓰기: 이메일, 메신저, 게시판 등에서의 글쓰기
(*2) 이모티콘(Emoticon): Emotion과 Icon 이 결합된 신조어

emoticon2.png
파티를 위해 준비된 스마일리 아이콘을 흉내낸 음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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